Personal History 2

종이비누에서 세월호까지...

La Vie En Rose 2014. 4. 26. 22:15

 

 

   70년대후반~80년대, 한국공업표준협회(KSA)에서 매월 발행하는 "품질관리분임조"

   에는 퀴즈를 풀어 응모하면 삼우트레이딩에서 협찬한 종이비누를 상품으로 주었다.

   우리회사에서도 분임조장들이 응모하여 받기도 하였다.

   종이처럼 얇고 포스트잇 처럼 크기가 작은 종이비누는 휴대하기 편리하여

   좋은 인상을 받았다.

 

   당시는 우리나라 컴퓨터 태동기로, 그에 따른 모니터 생산도 활발하였다.

   영업부 직원과 함께 부천의 삼우트레이닝 공장에 제품상담을 하기 위해 방문하였다.

   그리 크지 않은 공장의 한켠에는 3미터정도쯤 되는(지금 생각해보면)길이의

   플라스틱 재질인지? FRP(유리섬유)재질인지? 배의 몸체가 덩그라니 놓여있었다. 

 

   상담을 마치고 종이비누와 배에 관한 애기를 꺼냈더니, 개발담당자 얘기는..

   회사의 사장님이, 머리가 비상하여 직접 발명한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지금 생각하니 사장은 그시절부터 배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삼우트레이딩의 모니터생산은 자체에서 별 진척없이 끝난것으로 기억된다.

 

   몇년후 퇴근시, 회사에서 조금 떨어진 공장에 수많은 경찰차와 경찰이 북적거렸다.

   이른바 오대양사건. 그회사가 바로 옆에 있던 것이다.

 

   한강에 유람선을 운행한다는 뉴스를 보고, 삼우트레이딩에서 보았던 배가 생각났다.

  

 

   참사를 유발한 세월호까지.... 오너의, 배에 대한 집착은 끈질겼다.

   좋은 두뇌를 가진 사람이 건실한 기업 경영에 사용치 않고,TV 보도 내용처럼,

   개인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교회를 매개로 그렇게 부실하게 운영하다니...

   수도 없이 많은 계열사도 모두 그와 같은 방식으로 치부하고 운영되었을 것이다.

   

   선포산을 가는, 공단 초입의  방축길옆에 (주)세모가 있다.

   삼우트레이딩 시절부터 세모유람선까지...이회사를 알고 있는 나는 이제부터 여기를

   지날때면  세월호 선주,선장,선원들의 무책임과 탐욕,이기주의에 희생된.. 꽃같은 단원고 아이들과

   승객들이 생각날텐데....

    그옛날의 함무라비 법전처럼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억울하게, 바람에 날려 벚꽃잎처럼 흩어진 영혼들을 달래줄수는 없는지.... 

 

   세상에 태어나, 아직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아이들이 불쌍하다는...

   어제,TV에서의 어느 아주머니 말이 자꾸 머릿속에서 맴돈다.

 

 

 

 

 

 

 

 

                                                                                                 배가 더 기울까봐 끝까지

솟아오르는 쪽을 누르고

옷장에 매달려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방송을 믿으며

 

나혼자를 버리고

다같이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갈등을 물리쳤을,공포를 견디었을

바보같이 착한 생명들아!  이학년들아!

 

그대들 앞에

이런 어처구니없음을 가능케한

우리 모두는...

우리들의 시간은, 우리들의 세월은

침묵도,반성도 부끄러운 죄다.

 

쏟아져 들어오는 깜깜한 물을 밀어냈을

가녀린 손가락들

다들 괜찮다고 바깥세상을 안심시켜주던

가족들 목소리가 여운으로 남은

핸드폰을 다급히 품고

 

물속에서 마지막으로 불러보았을

공기방울 글씨

 

엄마.

 

아빠.

 

사랑해!

 

 

아, 이공기. 숨쉬기도 미안한 사월.    -함민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