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없는 내 집.
요즘 나는 낡은 싱글인티 앰프에 클래식 FM 흐르게 해놓고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편이다.
저녁 먹고 조명을 끈 채 구석의 스탠드 두어개만 켜고 낮게 웅얼거리는 음악을 들으며 만화책을 보는 재미란.
그래서 귀 뿐 아니라 눈까지 묶어두는 AV는 생각을 안한다.
굳이 하이파이가 아니어도, 스테레오 녹음아 아니어도 거슬리지 않는 음악. 게으르고 느린 내 성격에도 잘 맞는다.
결국 내가 좋아서 하는 거지만 내심은 내 아이들도 음악을 듣게해주려는 의도도 있다.
조명이 어두우니 뛰어 놀기도 그렇고, 결국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스탠드 밑에 쪼그리고 앉아 책을 보곤한다.
자라면서 아이들은 가끔 아는 음악이 나오면 볼륨을 올려서 듣기도 했다. 난 내심 이렇게 하길 잘했구나 싶었다.
동네에 새로운 치킨집이 문을 열었다.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냄새가 고소했다.
아이들이 슬슬 치킨 타령을 했다. 난 못들은 척 했다.
치킨이 몸에 안좋대. 트랜스 지방 어쩌고, 항생제 어쩌고. 어쩌고... 주워들은 핑계를 갖다대며 방어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들은 치킨집에 가서 오프너를 하나 얻어다가는 내 앰프에 떡 붙여 놓았다.
앰프의 전원스위치 바로 옆이었다. 앰프를 켜려면 저걸 보지 않을 수가 없다. 난 아이들의 재치에 웃었다.
저놈들, 어디 가도 굶지않겠구나.
얼마나 치킨이 먹고 싶었으면 저런 생각을 했을까.
그래, 내가 치킨을 거부하고 아무리 음악으로 고상해지면 뭐할 것이냐.
아이들에겐 치킨 하나면 행복한데. 난 고소하지도 않은 음악으로 행복하게해주겠다고 난리였으니.
내가 오디오와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아이들은 오디오에 치킨을 연결하고 있었다.
오디오에 미친 나는, 단번에 치킨을 시켰다.
그 뒤로, 아이들은 치킨이 먹고 싶으면 저 오프너를 앰프에 붙인다. 그리고 볼륨을 올린다.
비오는 가을밤에 먹는 치킨은... 역시 맛있더라.
실용xxx의 감x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