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t atkins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있지만, 아버지는 내게 痕跡만 남겼을 뿐이다. 생전에는 당신의 친구분들이나 친구 아버지들에 비해, 사회적 성공이나 경제적 성취를 이루지 못해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이따금 서재에서 책을 찾다가, 책갈피 속에서 우연히 눈에 띄는 신문이나 잡지 스크랩과 당신의 육필(肉筆) 메모 조각들. 이런 흔적 속에서 12 년 전 작고하신 아버지의 체취(體臭)를 느끼곤 한다. 더불어 잘 보관되어 있는 어린 시절 즐겨 보던 그림책,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의 국어 교과서와 그림일기장 그리고 여러 가지 상장 등. 당신의 정성 덕분에 이제는 잃어 버린 낙원(樂園)의 시절로 돌아 갈 수 있는 호사(豪奢)를 누리기도 한다.
이런 아버지를 닮아서 일까? 메모를 남기지는 않지만, 나 역시 아들 녀석의 어린 시절 일기장이나 즐겨 읽던 책들은 내자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잘 보관하는 편이다. 이삿짐을 정리하던 중, 아들 녀석이 초등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쓴 일기가 눈에 띄었다. 삐뚤삐뚤한 글씨에 맞춤법과 띄어쓰기가 엉망인 일기 한 페이지는 어린 아들 녀석의 눈에 비친 우리 사회의 지나가 버린 격동기의 한 장면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1월 15일 목요일 맑음
오늘은 어머니의 차를 타고 외할머니 댁에 갔다. 서울에서 안양 할머니 댁까지는 약 2 시간 걸렸는데 어머니 말씀은 IMF 때문에 50분 정도만 걸렸다고 하셨다. 나는 자동차가 별로 없어서 참 좋았다. 우리나라는 석유가 나지안는 나라이기 때문에 기름을 절약하지 않으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는 이제부터 지하철을 이용할거다.”
아들 녀석의 일기장과 교과서를 다시 상자에 담아 포장하고, 겉에 유성펜으로 메모를 남겼다. ’XX이 초등학교 1, 4, 6학년 일기장과 국어 교과서’ 먼 훗날 이런 흔적들이 눈에 띄게 되면, 오래 전 할아버지 덕분에 제 아비가 맛보았던 추억(追憶)과 향수(鄕愁)를, 이 녀석도 느낄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서,
아버지의 그늘
나는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 일이 없다,
일생을 아들의 반면교사로 산 아버지를
가엾다고 생각한 일도 없다,
그래서 나는 늘 당당하고 떳떳했는데 문득
거울을 보다가 놀란다, 나는 간 곳이 없고
나약하고 소심해진 아버지만이 있어서,
…
그 거울 속에는 인사동에서도 종로에서도
제대로 기 한번 못 펴고 큰소리 한번 못 치는
늙고 초라한 아버지만이 있다.
Chet 역시 거울을 들여다 보다가 아버지를 발견하는가 보다.
I Still Can't Say Goodbye
Music and words by Bob Blinn
When I was young, my Dad would say,
’ Come on, Son, let's go out and play.’
Sometimes it seems like yesterday
And I'd climb up the closet shelf
When I was all by myself
Grab his hat and fix the brim
Pretending I was him
No matter how hard I try
No matter how many tears I cry
No matter how many years go by
I still can't say good-bye
He always took care of Mom and me.
We all cut down a Christmas tree
He always had some time for me
Wind blows through the trees
Street lights, they still shine bright
Moon still looks the same
But I miss my Dad to-night
I walked by a Salvation Army store
Saw a hat like my daddy wore
Tried it on when I walked in
Still trying to be like him
No matter how hard I try
No matter how many years go by
No matter how many tears I cry
I still can't say good-bye
아직도 난 아빠한테 작별 인사를 할 수 없네
어렸을 때 아빠는 내게 말하곤 했지.
‘얘야, 우리 밖에 나가서 함께 놀자꾸나.’
이따금 어제 일처럼 느껴지지.
어렸을 때, 난 옷장 선반을 오르곤 했지.
혼자 힘으로 올라가서는
아빠 모자를 쥐고, 테두리를 가다듬고,
아빠 흉내를 내곤 했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아무리 많은 눈물을 흘려도
또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난 아직도 아빠한테 작별 인사를 할 수 없네.
아빠는 언제나 엄마와 나를 보살펴주었지.
우리는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자르곤 했지.
아빠는 언제나 나를 위해 시간을 내 주셨지.
바람은 나무들 사이를 지나가고
가로등은 여전히 밝게 빛나고,
달빛은 옛날과 똑 같은데,
오늘밤 나는 아빠가 그리워지네.
구세군 가게 옆을 지나다가
예전에 아빠가 쓰던 똑 같은 모자를 보았지.
가게 안으로 들어가, 그 모자를 머리에 써보고는
오랜만에 아빠 흉내를 내 보았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아무리 많은 눈물을 흘려도
또 아무리 긴 세월이 흘러도
아직도 난 아빠한테 작별 인사를 할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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