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History 1

훈련소 백도

La Vie En Rose 2012. 1. 24. 10:35

어제,설을 쇠러 형제, 친척들이 모두 우리집에 모였다.

세배를 하고나서 떡국을 먹는데, 동생의 아들녀석이 곧 해병대에 입대한단다.

 

군대 안가려고 온갖 잔꾀를 부리는 연예인놈, 요리조리 미꾸라지같이 빠져나가려는 돈많은 집 아들놈,

뼈를 탈골시키는 유명 운동선수 놈들과 달리 해병대를 지원했단다

훈련이 육군보다 훨씬 고된 해병대를 지원하여 입대한다니, 녀석을 다시한번 씩씩하게 보게 되었다.

 

훈련소의 하루는 정신없다.

생전처음으로 오랜기간 집을 떠나 생활하는 훈련소의 일상은 긴장되고 때로는 불안하기도 하다.

밥먹고 나면 계속되는 훈련.  식사량을 먹을만큼 주는데도 밥먹고 돌아서면 배고프다.요즘은 안그렇겠지만...

 

유명가수 이상열(아마도 빗물이겠지.못잊어서 또왔네등..그당시엔 꽤나 잘나갔던 가수 )은 현역이 아닌 방위훈련차 입소하였다.

큰덩치에 이리저리 뛰고, 여기저기서 노래를 시키고... 아마, 나이 보다 조금 늦게 방위훈련 입소를 한것 같았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저녁 식사후에 잠깐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이시간에 PX로 달려가는 친구들이 꽤많았다.

 

PX에 들어서자 내눈에 확 띄는것이 백도(캔복숭아).

백도 한개를 사기는 했는데 먹을수 있는 시간과 방법이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다.

요즘이야 참치 통조림처럼 손가락으로 잡아당기면 깡통 뚜껑이 열리지만,옛날에는 깡통따개가 없으면

통조림을 먹을수있는 방법이 없었다.

먹는 방법은 어찌됐던, 관물대(훈련소에서 지급해준 옷,비품을 정리하는 공간)속에 깊이 숨겨놓고 밤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취침 점호를 마치고,잠자기전에 화장실 갈 시간이 주어진다.

어두운 밤, 만일의 사고 예방을 위해 2명씩 짝을 지어 보낸다.

관물대속의 백도와 소총에 장착하는 대검을 몰래 옷속에 숨기고 짝과 함께 화장실로 갔다.

 

 

백도와 대검

                                                                                          대검 사진:http://blog.daum.net/dapapr/7672804

 

화장실에 들어가 문을 닫고  대검을 꺼내 백도 깡통의 뚜껑을 찔렀더니, 쉽게 뚜껑에 칼자국만큼 구멍이 생기는것이다.

대검이  백도와 궁합이 잘맞는줄은 군에 와서 처음 알았다. 

몇번 찔러  뚜껑을 걷어낸후 백도를 먹는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화장실 냄새는 어디가고 입안에는 달콤한 백도가 녹아들었다.

그렇게 먹은 백도는 그것을 끝으로, 대검과의 처음이자 마지막 인연이었다.

대검의 용도를 잘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백도(또는 황도) 를 보면 옛날 훈련소 생각이 난다.

조카녀석이 훈련소에 가면 PX에서 뭘 사먹을지 궁금하다.

만약, 백도 먹을때 대검이 최고인줄 녀석은 알까?

 

 

                      총끝에 대검(총검)을 장착하여 총검술하는 군인들.           자료출처: http://blog.naver.com/dapapr?Redirect=Log&logNo=110100899680

                      자세를 보아하니,   찔러~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