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History 1

고고 미팅과 흰고무신

La Vie En Rose 2012. 2. 14. 18:46

73년. 3학년 학기초 . 경희대앞 알타미라 다방에서 DJ를 하는 K와, 나는 고고 미팅을 주선하기로 하였다.

20쌍(40매)의 티켓을 만들었다. 티켓에는 평화의 상징(?) 비둘기 두마리가 짝을 지어 비상하는

모습을 간단한 삽화로 그려넣었다.

 

티켓에 그려진 그림을 본, 학보사 기자(記者)인 B에게서  학보의 만화와 만평(漫評)을 맡아달라고  부탁받았다.

학보의 만화와 만평을 그리던 선배 철구형이 군대에 갔기 때문이다. 

군입대로 휴학전까지 학보사에 그려준 만화의 주인공이름이 Mr.tues. 

당시Rolling Stones의 Ruby Tuesday를 워낙 좋아하여 지은이름.

 

다방안은 깨끗하게 치워져, 티켓번호가 부착되어 있는 20개의 탁자는 플로어 바깥쪽으로 원을 그리며 둘러 놓였고,

테이블마다 예쁜 초록색병의  과일주(果實酒)인 저알콜 파라다이스(알콜도수 7도로 기억된다) 와 새우깡이 놓여졌다.

 

 

미팅시작시, 어수선하고 서먹한 분위기를 풀어주기 위해, DJ인 K는 유행중인 빠른 리듬의 고고음악을 내보내자

리듬에 흥이 오른 커플들이 하나,둘 플로어에 나와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 당시 고고춤의 필수곡]

 

 

당시 유행하던 고고장처럼 고고음악이 몇차례 끝나면 블루스도 한곡씩.

시간이 흐르자 플로어에는 많은 커플들이 나와서  즐기고 있었다.

 

[고고장 블루스 필수곡]

 

이렇게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갑자기 중년의 점퍼차림 아저씨 두분이 불쑥 들어왔다.

 

아저씨의 말소리는 음악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플로어 가운데로 온 아저씨는 "전부 제자리 앉아" 소리쳤다.

경찰아저씨들이 출동한것이다.

DJ박스를 보니 K는 어느새 사라져버렸다.

 

제자리에 앉자 경찰아저씨가 웃으면서 물었다.

네들 얼마씩 걷었냐? 겁먹은 한친구가 2:8 이라고 선뜻 대답했다.

여자 200원,남자800원. 그당시 신문이 월400원 정도였던 시절.

 

 대학생들의 고고미팅이 사회문제가 되어 심심찮게 뉴스에 보도되던 때였다.

"너희들 이거 불법인줄 알지?   분위기는 얼어버렸고,시끄럽던 다방은 쥐죽은듯 조용해졌다.

"전부 따라와" 아저씨는  나와 다른 한학생을 가리키며, 너희 둘은 여기 남아!

둘만 남겨놓고 38명은 경찰아저씨가 데리고 나가고, 다른 아저씨가 우리 앞에 앉았다.

나는 왜 남으라고 하는지 알았다.  동인천역에서..그리고, 옆동네인 서림파출소에서도 깎였던터라..

 

어이! 가위 가져와!  "눈치 빠른 레지는 "가위 없어요"

"그럼 칼가져와!. 칼도 없다고 대꾸하고 레지는 그자리를 모면하려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잠시 아저씨가 곤란해하는 눈치였다.

네들 파출소가서 머리카락 짜를래? 아니면 군밤 몇대 맞을래?

경찰아저씨는 귀찮아서 그랬는지, 불안해 하는 우리에게 귀가 솔깃한 제안을 한것이다.

우리는 머리에 혹이 달린채 어렵게 풀려나왔다.

 

다음날, 학교에서 아이들을 만났다. 38명이 두줄로 맞춰 100여미터 되는 파출소까지

연행(?)되어가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무슨일인가 하고 흘깃 흘깃 쳐다보고,

왜그러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누가 봐도 가관이었을것이다. 책을 옆에끼고 또는 책가방을 든  남녀학생 행렬이 줄맞춰 걸어갔으니...

파출소에가서 진술서를 쓰고 나서야 풀려나왔다고.

상대방에게 애프터 신청을 할 겨를도 없이 그날의 고고미팅은 그렇게 무참하게 끝나버렸다.

 

3학년이 끝나갈 즈음, 내년이면 군대를 가야하는 우리는 또한번의 고고미팅을, 지난번 사건을 거울삼아 이번에는 무사히 치뤘다. 

홍도에 같이 갔던 같은과 태규는 고고미팅비를 집에서 타내어(그얘기를 하는 태규나, 듣고 있던 나나 둘이서 배꼽잡고 웃었다), 참석하였고...

                                   

동인천.대한서림에서 신포동쪽으로 30여 미터쯤 올라가면 우측에 고고장이 있었다.

입대전 어느날, 친구S와 은하호에서 뛰어내렸던 Y등, 녀석들이 집에 찾아와 다짜고짜 나가자고 데리고 간곳이 그곳이다. 

물론, 그곳은 전에도 몇번 녀석들과 가본곳이다.

 [고고장 필수곡]

 

번쩍거리는 싸이키 조명아래의 플로어에서 흰고무신을 신은 나를 보고, 여자들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짜식들! 고고장 간다고 얘기를 해야 옷을 제대로 입고 가는건데...

자기들은 고고장 복장(?) 미리 차려입고...

내가, 동네에서는 흰고무신 신는것을...,  녀석들이 나를 물먹일려고 작정을 했었나보다.  의리없는 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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