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파가 극성이다. 30년만이네 하면서...
옛날에도 이런 추위는 있었지만 3한4온 으로 인해 요즘처럼 이렇게 오랫동안 춥지는 않았다.
어릴적 겨울에 놀수있는 놀이중 썰매타기가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동네아이들과 썰매를 걸쳐메고 제물포역의 흐트러진 철조망. 개구멍으로 몰래 살금살금 들어가서 빽~하고 흰연기를 내뿜는 기차를 훔쳐 탄다.
목적지는 주안역. 그당시 주안은 한적한 시골동네로 검은색 나무판자로 되어있는 작은 역사가 있었고,
역의 주위에는 북쪽으로 조금 떨어져서 붉은색 벽돌로 지어진, 높은 굴뚝을 가진 작은 벽돌공장 하나만이 덩그마니 자리잡고 있었다.
주안역에 도착해서 역무원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철조망으로 빠져나오면 역사 밖에는 논이었다
겨울이면 이 논에도 얼음이 꽁꽁 얼어 썰매타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국민학교 저학년때는 두발썰매, 고학년이 되면서 씽씽 달리는 한발썰매로 신나게 얼음위를 달린다.
두발썰매는 주로 앉아서 타지만, 한발썰매는 서서 긴 나무에 쇠못을 끝에 박아서 얼음을 지치는데 브레이크는 발뒷축에 힘을 가하면
썰매가 서고. 지그재그로 지치기도 하고 한바퀴 돌기도 하는둥 갖은 묘기도 부릴수 있어 시간 가는줄 모른다.
***한발썰매 타는 동영상***
그러던 어느날, 붕어를 잡아서 수제비를 해먹자고 해서 빠깨쓰(양동이),바가지,도끼를 들고 붕어를 잡으러 갔다.
얼음은 꽁꽁 얼어서 도끼질 몇번을 해도 깨어지지않는다. 교대로 돌아가며 얼음을 깨면 논바닥이 드러나는곳. 이런곳 말고 웅덩이를 찾아야한다.
한여름 논에 물이 부족하면 물웅덩이에서 물을 퍼서 논에 대기도 한다. 웅덩이는 물저장고인 셈이다.
여차여차 해서 얼음을 깨어 웅덩이를 찾으면 그야말로 노다지가 따로 없다.
겨울에는 붕어들이 물웅덩이에서 동면을 하나보다. 하기야 얕은곳에 있으면 얼어죽을테니 깊은곳에 모두 모여있다.
그런데 물웅덩이 있는곳을 찾기가 쉬운일이 아니다. 노다지 캐기가 쉬우면 누구나 떼부자 되지.
어쩌다가 노다지를 발견하면 그때부터 바빠진다. 웅덩이에 모여있는 붕어를 가져온 바가지로 퍼서 빠깨쓰에 담는다. 그순간에는 추위도 잊는다.
붕어들이 웅덩이에 그득하다. 잠시후 빠깨쓰에 붕어들이 그득하다.
보기만해도 배부른 빠깨쓰를 들고 개선장군처럼 슬금슬금 눈치보며 기차에 올라 집으로 온다.
일행중의 한집에서 수제비를 하기로 한다.
비린내를 없애려고 고추장을 잔뜩넣은 수제비는 모처럼만에 먹는 별미이다.
옛날 썰매타고 붕어잡던곳. 그곳을 지금도 수시로 지나 다닌다. 아파트와 상가들이 들어선 이곳을 누가 썰매타고, 붕어잡던 곳이라고 하겠는가?
어릴적 논에서 썰매타고 물고기 잡던곳이 이렇게 변했다. 주안역뒷쪽.
'발길 닿는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처산(부채산)과 선인학원,박문여고 그리고 무선고등학교 옆 삼형제 나무 (0) | 2011.03.13 |
---|---|
개건너, 인천교 (0) | 2011.02.27 |
* 금성사 TV이야기와 전투--금성사 TV* (0) | 2011.01.16 |
신포동 그리고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0) | 2011.01.03 |
벽장문에 붙어있던 민화를... (0) | 2010.1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