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History 1

기차통학---2. .카데트구두약

La Vie En Rose 2013. 10. 3. 11:12

 

 

 

     같은과에서 유일하게 인천에서 통학하는 OJ와는 매일 같이

     다닐수 밖에 없었다.

     학교까지 거리가 멀어  긴시간을  혼자서 다니기에는 지루했기 때문에.

 

     토요일 막차에는 언제나 사람이 별로 없다. 요즘처럼 유흥가가 많은것도 아니고...통행금지에 쫒기지 않으려고... 

     기차 객실내의 전등은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가로등처럼 흐릿하게 졸고 있고, 

     토요일밤.  지친사람들은  눈을 감고 자거나, 보이지도 않는 어두운 창밖을 내다본다.

     개중에는 술에 취해 토하는 사람도 가끔 있고...(토요일 막차에는 이런 사람들 자주 있었다)

 

     밤에도 대낮처럼 속속들이 밝게 비추는  형광등 불빛과, 막차시간에도 빽빽하게 탑승한 수많은 사람들이

     집어 넣어져 있는 요즘의 전철과는 사뭇 다른 풍경.

 

     

     아침 통학시간에는 빈자리가 없어 통로에 서있는 학생의 책을 받아주기도 했다.

     ( 당시 대학생들은 가방없이 맨손으로 책을 들고 다녔다. 수업이 많은 날은

       책이 많아 들고 다니기 힘들기도 했지만...

       한번은 예쁜 여학생의 책을 받아주었는데, 영화배우 뺨치게 예쁜 모습에 

       약속장소와 시간을 종이에 적어 그녀의 책갈피속에 끼워넣었다.

       경동에서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음악도 같이 듣던 그녀는

       지금, 해외에 정착하여 예술가로 크게 성공하였다)

  

     막차라서 자리가 남아, 서있는 사람도 없다. 가끔 신문팔이만 소리치며 돌아 다닐뿐.

     평소 궁금하던 신문값을 신문팔이에게 물어보았더니 신문1매의  판매이익은 100퍼센트. 

 

     앞에 앉은, 40대쯤 되어 보이는 신사께서 말을 걸어 오셨다.

     어느학교? 무슨 전공을 ? 하며 물어보시기도 하고..

     아저씨와 얘기를 나누는중, 갑자기 가방에서 무엇을 꺼내 우리에게 나눠주셨다.

     나에게는 미제구두약. OJ에게는 양담배.

     당시, 미제 물건은 밀수품으로 취급되어 단속대상이므로 함부로 보여서는 안될 물건.

     그만큼 귀하기도 하였고, 쉽게 보기도 어려웠던 시절.

 

     내게주신 CADET구두약. 노랑 바탕에 CADET 라고 쓰여진 글씨.

     40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구두약  상표가 잊혀지지않는다

     왜 이리 중요하지 않은 기억들은 지워지지 않는지... 허허~ 참!

                                                  

 

 

     서을역에서 같이 승차한 아저씨는, 지금 생각하니 용산의 미군부대에서

     근무하시던 군무원이 아닌가 생각된다.

     요즘처럼 대학생이 흔하지 않던 시절.

     막차 타고 재잘대던 우리들이 귀여워서..?(..아닌가?) 가지고 있던 물건을 선물하신것 같다.

 

     갑자기 40년이 넘은 카데트 구두약이 생각나서 옛생각을 더듬어 보았다.

 

     나처럼,...오래된  카데트 구두약에 얽힌 사연--->  http://blog.naver.com/hamkiyung?Redirect=Log&logNo=110105669372



'Personal History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평 미군부대 - 에스컴 시티(ASCOM CITY)  (0) 2014.11.22
모기파티  (0) 2014.06.22
기차통학---1. 철도의 날   (0) 2013.09.18
연안부두 동생의 귀촌  (0) 2013.03.27
봄 성묘  (0) 2013.0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