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sonal History 1

모기파티

La Vie En Rose 2014. 6. 22. 22:21

 

 

엊그제 새벽, 귓가에서 앵~앵 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었다.

여름이면 찾아오는 지겨운 녀석들.

볼것 없는 몸뚱이를 가진 놈들이지만 소리없는 공격이 무섭다.

앵앵거리는 날개짓 소리. 주사바늘은 말초신경의 감각조차 느끼지 못하게

은밀하게 진행된다.

 

 

군생활하던 강원도 소양댐 인근의 모기는 도시와 달리 무식하게 저돌적이다.

일과가 끝나 취침나팔 소리를 들으며 모포를 덥고 누우면 모포를 뚫고 공격한다.

당시에는 모기향도 없어 무방비상태로 모기에게 당할 수밖에...

그곳 모기는 한번 쏘이면 가렵기도 하지만 왜 그리 아픈지 모르겠다.

 

 

졸병시절, 여름 어느날밤 야간 점호가 끝나자 고참인 정비반장이 소리친다.

“ 상의 벗고, 팬티바람에 통일화 신고, 전원 정비고 앞으로 집합 ”

 

수송부의 아침 저녁은 바쁘다.

아침에는 수십대의 차량 밑으로 기어서 선착순.

그러므로 수송부원들의 군복 상의 등은 기름 얼룩이 꺼질날이 없다.

 

 

보초를 제외하고 정비고에 전원이 집합했다.

정비반장의 일장 연설이 시작된다.

“ 요즘 말이야...로 시작해서 지적사항을 줄줄이 얘기한다.

 

“좌우  양팔간격으로 벌린다.

발은 어깨넓이로, 양팔은 수평으로 든다“ 실시.

(한자로 큰 대(大)자 모양으로... )

정비고 근처에는 풀이 우거져서 여름이면 모기가 들끓는곳.

풀숲에서 걸신들린 모기들의 무차별 공격이 시작되었다.

정비반장은 느긋하게 화랑담배에 불을 붙히고...

 

시간이 조금 지나자 여기저기서 몸을 비틀고, 헛기침을 하거나

신음소리가 들린다.

차라리 몇 대 맞는게 낫지. 이거 정말 못할 짓이네!

 

유격훈련 구보시, 타는 목을 축이느라 길가의 논바닥물을 먹어보기도 했고

한겨울 얼음 물속에 들어가 보기도 했는데, 이처럼 모기에게

시달리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자, 정비반장의 “헤쳐모여“이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모기파티하느라 고생했다.

 

군생활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모기파티.

지금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나는 군생활중의 한면.

 한번정도는 해볼만한 모기파티.

 

지난번 춘천 동호인을 만나러 가는중, 일부러 부대앞에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근무하던 수송부 사무실도 없어지고, 모기파티하던 정비고도 사라졌다.

대신 현대식으로 잘지어진 부대막사.

요즘 사병들은, 선배 군인들이 한여름밤에 정비고에서 벌렸던 모기파티를 알려나...... 

 

 

 

아침에 일어나 제일먼저 모기장을 꺼내어 침대에 설치하였다.

지겨운 모기! 오늘부로 무료 제공하던 헌혈 끝났다.